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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락 속에서...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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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60회 작성일 20-01-1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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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부우웅 퍼억!

회초리와 달리 빗자루가 휘둘리는 소리는 육중하게 울린다. 그리고 그 소리의 길이에 비례하여 가속도도 커지겠지. 그럼에도 그 타격에 대비란 무의미했다. 엉덩이에 힘을 줘도. 몸의 근육을 경직시켜도 그 충격은 전혀 감소되지 않는다.



“우으읍!”



걸레로 막힌 입의 비명이 낮은 음으로 퍼져나가지만 그것은 반 아이들의 비웃음과 수다와 빗자루를 휘두르는 아이의 기합소리에 묻힌다. 격심한 고통에 몸부림을 쳐보지만 나를 붙잡은 손길들은 많았고 그만큼 굳건했다. 이정도 풀스윙이면 지칠만도 하건만 아마 빗자루를 휘두르는 아이들은 서로 교대로 돌아가는 듯하다. 끔찍했다. 이 한 대 한 대 꽂히는 고통은 책상에 맞닿은 허벅지의 앞쪽마저 쓰리게 할 만큼 강하고 빨랐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나를 학대할 수 있는 것일까.



“다음은 내가 해볼게. 좋은데? 운동도 되고. 헤헷”

“얘, 그렇게 쳐서 어디 아프기나 하겠어?”

“깔깔 재영이 땀 흘리는 것 좀 봐.”



눈물로 얼룩진 나의 몸은 이미 그녀들의 가학적인 대상물로써 어떠한 인간적인 동정도 받고 있지 못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사람을 이렇게까지 망가트릴 수 없다. 이성을 초월한 무언가가 분명 학대의 상한선을 고수할 것이다. 허나 이 아이들은 그것이 결여되어있다. 어째서, 무엇 때문에? 이 지옥 같은 학대가 얼마나 계속 되야 만족을 느끼는 것일까. 몇 대나 맞은 것일까. 얼마나 지난 것일까.



빠악!



“으으읍! 으으!”



통곡 섞인 내 비명은 격심한 저항을 동반했다.



“아차, 미안 아팠지? 제대로 때릴게.”



웃음 섞인 사과가 등 뒤에서 들려온다. 엉덩이 위의 엉치뼈를 맞았다. 상상 이상의 고통에 나는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뼈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제발 그만둬. 언니. 보고 계시죠? 언니 제발 이 아이들을 말려줘요. 저 죽을지도 몰라요. 망가져버려요. 제발. 제발. 공허한 외침이 입을 막은 걸레를 진동시킨다. 하지만 그 진동은 내 귀에도 이르지 못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하는 걸까. 나는 문득 주인님의 말 속에 징벌이 끝낼 예정 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눈치 챈다.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고, 얼마나 참아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그것은 공포와 고통을 상반하는 새로운 절망이었다.



“자 그러면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잠시 아이들의 시선이 교단으로 향한다. 하지만 잠시였다.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매질이 시작된다. 수업이 끝난 것이다. 그로 짐작컨데 나는 30분 이상 맞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어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엉덩이 피부의 감촉은 사라졌고 다만 뼈를 울리는 매질의 충격만이 살아있는 감각으로써 신경을 자극한다. 이 또한 가벼운 것이 아니어서 어쩌면, 아니 아마도 뼈가 망가진 것인지 모르겠다. 통증에 반응하던 나의 근육은 이완되어 마치 죽음을 앞둔 사형수의 기분만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정신은 또렷하여 모든 고통을 다 흡수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분명 중간에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이런 통증을 견디는 신경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점점 더 선명해지는 시야와 정신 사이에서 분명한 고통을 체감하고 있다. 내게 기절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내게 기절이라는 도피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자 다음 타자는 만능 스포츠 우먼 최지영!”



약간의 소란과 박수소리가 들린다.



“이거 너무 짧은데? 좀 긴 막대기 없어?”

“응! 이거 이거. 대걸레자루.”

“어? 좋은데. 하핫”



연습 삼아 휘두르는 살벌한 파공음이 귀에 울린다. 등 뒤를 볼 수 없다는 공포가 한결 더 스멀스멀 올라온다. 제발, 제발. 난 저항할 방법도, 힘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번 아이가 일말의 동정심을 갖기를. 제발 살살 때려달라고 마음속으로 빌 뿐.



“이얍!”



퍼억!

책상이 반쯤 들렸지만 나를 잡고있는 아이들의 손길이 간신히 앞으로 넘어가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뼛속으로 맹렬한 경고가 통증으로 전환되어 뇌를 자극한다. 죽는다고. 망가진다고. 이미 하반신에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꺄악! 역시 최지영!”

“멋있어 멋있어~!”



인기가 조금 있는 아이인 듯 주변에서 찬사가 들려온다.



“에이 뭘. 이제 몸 좀 풀었지. 자 준비하시고~ 앗 뭐야!”

“으엑. 더러워!”

“얘 오줌 쌌어!”



나는 알지 못했다. 그녀들의 반응에서 내 상태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아. 오줌을 지린거구나. 그조차 느끼지 못 할 만큼 나 망가져 있구나. 새삼스러운 수치와 굴욕을 느끼기엔 내 심신은 너무나 지쳐있었다. 내 몸이 걱정되는 것도 뒷전이었다. 잠시지만 매질을 멈춰준 이 실금이 반갑기까지 한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안도는 너무 태평한 생각이었다.





-----<6장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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