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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너의 시간, 그리고 흘러가는 나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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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22회 작성일 20-01-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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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아는 누나

안녕하세요~ 전에 내 친구가 잘생긴 게이인 썰 쓴 사람입니다~

이사하느라 바쁘다가 잠깐 시간 나서 단편으로 하나 써봅니다. 

전에 썼던 글 외전은 쓰기 좀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있어서

사이트 수칙 같은거 참고하느라;; 최대한 서두르겠습니다. 

이번 썰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누나가 자기 얘기 써달라해서

써보는거에요. 고로 제 이야기가 아니라는거죠. 시작할게요.

 

 

 

 

 

 

 

2월 4일,

멈춰버린 너의 시간, 그리고 흘러가는 나의 시간

2월 4일,

너에게는 마지막이였던 날, 나에게는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함께 할 수 있는

내가 태어난 날

 

대부분의 경우가 그러하듯, 사람들은 성장한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리고 너와 이별한 뒤, 나 역시 성장했고, 대학생이 된다.

그런데 넌 그대로다. 

 

지금 생각해보면 넌 걱정될 정도로 착한 성격이였다. 내가 널 만났을 때

애였던 것처럼 너도 애였다. 가끔은 짜증도 내고, 또 어리광도 부리고,

떼쓸 수도 있고, 철없이 굴 수 있는 그런 애.

 

넌 그런게 없었다. 항상 웃는 아이. 엄마한테 짜증내지 않는 아이.

어리광부리지 않는 아이. 떼쓰지 않는 아이. 철없이 굴지 않는 아이.

엄마는 내게 항상 잔소리했다. 네 반만이라도 닮아보라며.

그런 네가 미웠다. 착한 척할꺼면 혼자 하지. 나는 나고 쟤는 쟤인데.

 

일부러 못되게 굴었다. 미운게 아니란걸 알았을텐데도 내 마음을 모른척했다.

항상 바보같이 웃고 있던 널 보면 왠지 가끔은 그냥 괴롭히고도 싶었다.

놀리고 다른 애들 앞에서 쪽줘도 바보같이 웃었던 너.

꼬집고 때려서 어렵게 울려놔도 기어이 다시 날보고 웃어줬던 너.

 

그래서였을까, 아무리 괴롭히고 못살게 굴어도 결국 마지못해 한

사과 한마디면 다시날 보고 웃어줄껄 알았기에, 아니 그럴 줄 알았기에 

그런걸까. 생각해보면 너는 나에게 좋은 친구였지만 나는 너에게 좋은 친구였을까?

친구이긴 했을까? 그냥 피곤한 애였던건 아닐까?

 

그랬던 너가 결국 참아왔던게 터졌던건지 날 먼저 때렸었다.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보지않았다. 나는 항상 놀릴 수있고, 넌 항상 바보같이 웃기만 하면

되는거였는데. 많이 울었다. 나쁜놈

 

그리고 며칠뒤

2월 4일.

1년에 하루뿐인 내생일. 피자도 치킨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 원없이 먹을 수 있는,

그리고 친구들한테, 선물도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날. 그리고 당연히 너와 함께 해야했던 날.

그날의 앙금으로 넌 부르지 않았다. 너가 먼저 사과해줄줄 알았는데. 병신같이 자존심

세우느라 너 안불렀다. 먼저 사과하지 않아도, 먼저 부르지 않아도  항상 그랬듯

너가 먼저 와서 사과해줄꺼라 믿었기때문에. 속상했지만 다른애들이랑 놀다보니 그날은

생각이 더이상 생각이 안났다.

 

그리고 넌 떠났다. 투정한번 부리지 않던, 엄마말 잘듣는 아이였던 너가, 여러 사람 가슴에

못박고 그렇게 떠났다.

너의 모든 것을 앗아가버린, 나에겐 끔찍한 생일을 선물한 불.

외출하시기 전에 가스레인지 불끄고 벨브잠그는걸 깜빡하셨던 너희 어머니. 그리고 너희 아빠가 사고온 치킨냄새는

안방에서도 잘도 맡으면서, 냄비 타는 냄새는 못맡고 잠만 잤던 너.

 

너가 죽었다는 걸 알았을때, 난 왜울었을까?

그때의 내가 죽음이란걸 이해했을까? 너가 죽어서 울었을까 아니면 널 다시 못본다는 생각에

울었을까 아니면 내 생일에 얼굴한번안보여주고 떠난 너에게 화가나서 울었을까. 맨날 그랬던것처럼

너가 먼저 사과해주고 생일날 나랑같이 재밌게 놀았으면 그럴일 없었잖아. 

 

멈춰버린건 너의 세상뿐, 다른 사람들의 세상은 여전히 움직였다. 물론 나의 세상도. 다른 사람들 다하는거

나도했다. 학교 입학하고 졸업하고, 가끔은 외식도하고, 친구들이랑 놀러도 가고, 그런 내 소소한 일상속에

넌 먼저는 아니였지만, 항상 자리잡고있었다. 너가 살아있었다면 너도 당연히 할 것들이였기에, 너와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였기에, 너가 당연히 할 수 있는 것들이였기에, 너가 생각났나봐.

 

너희 어머니가 날 얼마전에 보자하셨다. 너가 떠난 뒤에도, 아니 오히려 너가 떠난 뒤에 더 많이 뵀던 분.

생일까진 아직 좀 남았지만 선물이라도 주시려는건가 싶어 뵀다. 그리고 그 날 난 너가 우리를 떠나지 않고

직접 나에게 건냈어야 했던, 선물과 편지 한통을 받았다. 선물은 그때 내가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이 그려진 수첩. 그리고 너가 나에게 언제나 했던 사과가 담긴 편지 한통.

"예린아 생일 추카해 너 생일 추카해주러 가고 시펐는대 그 날 너 때리고 사과도 못해서 

너가 아직도 화나잇을까바 내가 가면 화낼까바 엄마한태 선물이랑 편지만 보낼개. 그날

때린거 너무 미안해 우리 앞으로 더 사이좋개 지내자 다시한번 생일 추카해"

사과 위에 그려져있던 진짜 사과

그리고 그려져있던 그림. 너와 내가 손잡고 있던 그림. 맞춤법도 엉망인, 글씨도 개발새발인

편지 위로 수없이 떨어졌던 내 눈물. 그리고 나한테 사과하셨던 네 어머니. 혹시나 내가 어렸을때

줬다면 내가 이상해지지 않을까 걱정되서 지금 주는거라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자기 잘못이라고,

너가 죽은건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하지 말라셨던 네 어머니. 너도 나 절대 미워하지 않을거라고,

절대 너가 내 잘못이라 생각할리 없을테니까 자책감 가지지 말라셨던 네 어머니.

 

그날 내가 내 잘못을 인정하고 너한테 미안하다고, 생일날 같이와서 놀자고 했다면,

더 전으로 돌아가 너가 날 때릴 정도로 놀려서 화나게 하지 않았더라면,

넌 지금까지 내곁에남아 있었을까?

너도 나처럼 학교도 다니고, 학원도 다니고, 친구들이랑 놀러도 다니고 그랬을까?

그날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너가 함께 했더라면, 넌 아직도 내 응석받아주는 애였을까

아니면 오히려 너가 날 놀렸을까?

너와 내가 지금까지 함께 했더라면, 우리는 여전히 친구 사이였을까? 연인이 될수도 있었을까?

 

먼 훗날 널 만나면 넌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넌 너만의 세상에서 너가 맞았어야 했을 너의 가장

멋진 모습을 하고 살고 있을까? 아니면 계속 그때처럼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무래도 좋다.

대신 우리가 다시 만날 그 순간에, 너가 항상 그랬던것처럼 날 보고 웃고 있어줘. 염치없지만

부탁하나만 하자. 그러면 그때부터는 너가 날 놀리는것도 다 받아줄게.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다왔는지

널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너한테 얼마나 미안했는지 그 긴얘기 들려줄테니까 같이 걷자 그때. 

 

2월 4일,

멈춰버린 너의 시간, 그리고 흘러가는 나의 시간

이날은 어김없이 올해도 찾아온다.

 

 

 

 

 

 

 

 

제가 전에쓴 썰 읽어보더니 재밌다면서 자기 글도 써달라길래 써줬습니다.

제가 아닌 제 아는 누나의 관점에서 쓴글이고요, 누나의 죽은 친구는 남자입니다.

전에 썼던 썰과는 완벽하게 무관한 글입니다.

댓글에 주작이라는 의견도 있을수 있겠지만 제 필력으로부터 비롯된 문제일 수 있으니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하지만 고인에 대한 예의는 가급적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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